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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태움 사례. 5년차 남자 간호사로서 봐온 간호사 태움 문화와 해결 방안.

by M.J. 2022. 1. 2.

간호사 태움 문화를 아시나요? 많은 간호사들이 태움 때문에 퇴사를 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하고 있어요. 남자 간호사로서 직접 봐온 간호사 태움 사례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간호사 태움 문화 해결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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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 태움 문화

태움이란 재가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뜻으로 간호사 세계에서만 있는 이야기입니다. 간호사가 아닌 사람들은 어느 직장을 가도 후배를 혼내면서 가르치거나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것이 당연히 존재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간호사 세계에서는 이런 문화가 너무나 흔하고 도를 지나치는 일이 많죠. 특히나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고 집단으로 괴롭히는 등 성인이 되었음에도 아직 학창 시절 성숙하지 못해 이유 없이 친구를 괴롭히는 것처럼 행동을 하고 있죠. 우스갯소리로 태움을 당하지 않으면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행운이라는 말까지 있죠. 

힘이 빠져 문웊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
힘이 빠진 간호사 선생님

 

 

 

 간호사 태움 사례

저는 5년 차 남자간호사로 대학병원과 시립병원에서 일을 하였어요. 현재도 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으며 다행히도 태움을 당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신규 간호사 시절 합께 입사한 동기들이 태움을 겪은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고 그중 대부분은 일을 그만두었죠. 또한 주변에서 태움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간호사 태움 사례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빈 공간인 듀티 표를 받은 입사동기

대학 졸업 후 간호사로서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동기들이 있었고 그들과 성격이 잘 맞아 함께 힘을 주고받으며 일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동기중 한 명(A)이 태움의 타깃이 되었답니다. 동기(A)는 다른 동기들보다 일이 느린 편이었고 나이도 어렸으며 다른 동기들처럼 선생님들한테 싹싹하게 다가가지 못하였어요. 이런 점 때문이었을까요?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화장도 안 하고 온다고 혼내고, 옷을 빨리 못 갈아입는다고 혼내고, 불렀는데 한 번에 안 뛰어 온다고 혼내는 등 각종 트집을 잡아 혼을 내었습니다.

한 번은 혼자 고생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제가 동기(A)의 업무를 도와준 적이 있어요. 그 모습을 본 윗 연차 선생님이 동기(A)를 불러다가 왜 본인의 일을 다른 사람이 도와주게 만드냐며 또 혼을 내었어요. 저는 도와준다고 한 거였는데 저 때문에 동기(A)가 혼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마음이 아팠죠.

이렇게 항상 혼나기만 하니 동기(A)는 출근만 하면 표정이 어두워졌고, 이런 모습을 본 선생님들은 왜 표정이 어둡냐며 표정관리 못하냐고 또 혼을 내었죠. 그냥 눈에 거슬리는 작은 일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던 거예요.

그렇게 1달이 지난 뒤 다음 달 듀티 표가 나오는 날이었어요. 그런데 데이, 이브닝, 나이트 등 듀티가 적혀 있어야 할 동기(A)의 듀티 표는 아무것도 채워져 있지를 않았어요. 수선생님이 동기(A)를 불러서 다른 선생님들이 너랑 일을 하기 싫어해서 너의 듀티 표가 빈 공간이다라고 하며 퇴사를 권유하였습니다. 결국 동기(A)는 1달 만에 쫓겨나게 되었지만 퇴사 사유는 '자진퇴사'로 적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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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가 양치할 시간도 있고 여유 있네?

이건 제가 직접 들은 소리예요. 신규 간호사 시절 환자를 마주 보며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입냄새가 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본 한 선생님이 "신규가 양치할 시간도 있고 여유 있네? 나 때는 양치는 생각도 못했는데"라고 하며 지나갔습니다. 그때부터 전 병원에 있는 칫솔과 치약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몇 달간은 병원에서 양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파마할 시간도 있고 좋겠다

어느 날 출근을 하였을 때 낮은 연차 선생님 중 한 분이 파마를 하고 왔습니다. 이틀간 오프였기 때문에 쉬는 동안 파마를 한 것이죠. 하지만 새로 한 머리를 이쁘다고 칭찬하기는커녕 "파마할 시간도 있고 좋겠다. 쉬는 날 공부해도 바쁠 텐데 이제 따로 공부할 것도 없이 병원일에 자신 있나 봐?"라고 하며 높은 연차의 선생님이 비아냥됐습니다. 파마를 한 선생님은 기분이 나빴는지 다음날부터 고데기로 머리를 피고 다녔습니다.

 

 퇴직금을 절대 못 받게 할 거야

온갖 태움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묵묵하게 버티고 있던 신규 간호사가 있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10개월째 일을 하고 있었고 2달만 더 참고 1년을 채워서 퇴직금까지는 받자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죠. 하지만 윗사람들은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요. 갑자기 선생님의 부서를 바꾸더니 2주 간격으로 계속 다른 부서로 옮기게 하였습니다. 버티지 말고 빨리 나가라는 뜻이죠. 결국 이 간호사 선생님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간호사는 1년을 채우지 못한 조각 경력은 이직할 때 무의미하답니다.

 

이것들 말고도 인사 안 받아 주기, 퇴근하라는 말 안 하기, 단체 선물 돌리는데 특정 사람만 안 주기, 작성해야 하는 서류 전달 안 하기 등 태움의 방법은 무궁무진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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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적인 것이 아닌 말도 안 되는 꼬투리

위에 작성한 간호사 태움 사례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환자를 돌보는데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가지고 혼을 내는 것이죠. 간호사들은 환자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에 태움이라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들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아무런 연관도 없는 꼬투리를 잡고 혼을 내는 것이죠. 업무적으로 혼이 난다면 혼나는 사람도 이해하고 반성을 할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반발심만 커지고 퇴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나오고 있죠.

최근에 자살한 서울 모 대학병원 간호사는 건너 건너 아는 사이인데 아주 이쁜 얼굴에 꾸미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이런 잘난 모습 때문에 태움의 타깃이 된 것 같아요. 버티는 것이 힘들었던 선생님은 계속해서 퇴사를 요구하였지만 병원 측에서는 받아주지 않았고 계속 다른 부서로 옮기게 하였다고 해요. 퇴사도 안 시켜주고 태움은 계속되고 결국 버티다 못해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이죠.

 

 

 간호사 태움 해결 방안

  • 태움 문화를 없애려는 마음 갖기
    제가 일을 하면서 지켜본 결과 태움을 당한 사람 10명 중 8명은 연차가 쌓이면 아랫사람을 태웁니다. 본인이 당한 것을 똑같이 돌려주겠다는 심보가 있는 것이죠. 간호사 태움이 없어지려면 가장 먼저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해요. 생각을 조금만 바꿔서 나는 고생했지만 신규들은 편하게 해 주자고 생각하면 이런 태움 문화는 금방 사라질 거예요.
  • 공론화 하기
    최근에는 간호사가 아닌 사람들까지 태움이라는 용어를 알 정도로 공론화가 되었죠. 각종 사건들로 뉴스에도 나오면서 태움의 심각성이 공론화되었기 때문이에요. 이런 점 때문에 자신도 잘못하다가는 태움 가해자로 뉴스에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간호사들이 많아졌어요. 또한 잘못된 문화임을 인식하고 고치자고 생각하는 선생님들도 많아졌죠. 이렇게 공론화가 되면서 실제로 몇 년 전보다 태움 문화가 많이 사라졌어요. 계속 이렇게 공론화를 하는 것이 태움 문화가 살아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프리셉터 문화 바꾸기
    태움의 가장 큰 이유는 과다한 업무입니다. 대학병원에서는 프리셉터가 되면 업무를 줄여주고 신규 트레이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그럴 수가 없죠. 자신의 업무도 바쁜데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를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치려고 하니 결국 과부하에 걸리고 신규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거예요.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어야 태움 문화가 사라질 것 같아요.
  • 간호사 시스템 바꾸기
    간호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대부분의 전문대학교에도 간호학과가 생기면서 매년 엄청난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죠. 일을 하려고 준비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병원은 항상 인력난으로 고생을 하고 있죠. 이것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예요. 과도한 업무를 해야 하지만 그만큼 보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뭔가 시스템을 바꾸어서 면허증 있는 사람들이 병원으로 돌아오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렇게 된다면 태움이라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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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

저도 연차가 쌓인 만큼 주변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그만큼 구석에서 혼나고 있는 많은 신규 선생님들이 보여요. 볼 때마다 항상 안타까운데 뭔가 해결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신경 쓰이죠. 문화라는 것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것이어서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죠. 하지만 제가 신규였던 5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니 이렇게 계속해서 바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일반인들까지 태움 문화를 알아서 간호사들은 수준이 낮다고 욕하고 있어요. 간호사라는 직업이 힘든 직업이고 남을 돕는 직업이기 때문에 비난이 아닌 칭찬을 받아야 해요.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현재 간호사일을 하고 있는 우리 자신입니다. 간호사 태움 문화가 사라지는 날이 언젠가는 꼭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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