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간호학과를 나와도 90%가 넘는 취업률이 보장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간호학과에 지원합니다. 하지만 전문대 간호학과 현실을 알면 높은 취업률의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현직 남자 간호사의 조언입니다.
남자인 내가 간호사가 된 이유는?
고등학교 3학년 저는 기흉이라는 병으로 3번의 수술을 하게 되었고, 계속되는 기흉 재발로 성적은 하락을 하였습니다. 수능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는 저에게 한 간호사 선생님이 다가오셔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며 위로를 해주셨고 저는 몸만 간호하는 것이 아닌 마음까지도 케어하는 것이 간호사의 역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성적이 떨어져 걱정을 하는 저에게 전문대 간호학과도 취업이 잘 된다며 추천을 해 주셨고 갑자기 간호사라는 꿈이 생겨서 간호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떨어진 성적에 맞추어서 전문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었죠.
이렇게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입학을 하였기 때문에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며 장학금도 받았고, 이름 있는 대학병원에서도 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간호사의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하나씩 현실을 인지하게 되었고 간호사에 대한 좋았던 감정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취업률 때문에 간호학과를 선택하려는 사람에게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 작성하는 글입니다. 간호사의 장점, 단점 그리고 전문대 간호학과 현실 순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간호학과의 장점
- 90%가 넘는 취업률
간호학과의 가장 큰 장점이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타 직종들의 취업이 힘들다는 말은 진짜로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이 힘들다는 말이지만 간호사들이 취업이 힘들다고 하는 것은 일자리는 많지만 내가 가고 싶은 병원이나 부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남들 취업 걱정할 때 간호사들은 합격한 여러 병원 중에서 선택하여 골라갈 수 있습니다. - 평생 돈벌이가 가능하다
몇 년을 놀고 커리어에 공백이 생겨도 면허증 하나면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40살 50살이 되어도 취업이 가능하죠. 물론 아주 좋은 곳에서는 일을 할 수 없겠지만 욕심을 버리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요. 평생 굶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돼요 - 학벌에 상관없이 노력하면 대학병원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방 전문대학교 졸업생이 연대, 고대 졸업생이랑 같은 부서에서 같은 월급 받으며 일을 한다는 것은 간호학과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회사에서 학벌에 차별을 두지 않고 같은 월급을 줄까요? - 같은 간호사들 사이에서 학벌로 차별하는 일은 없다
물론 사람의 성격에 따라 은근히 무시하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능력으로 판단을 하지 학벌로 차별하거나 태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돼요. 대학 간판은 한참 뒤처졌지만 일단 좋은 병원에 합격만 하면 같은 선상에서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간호사의 단점
- 엄청난 간호학과 공부량
단순히 양으로만 보면 간호학과의 공부량은 상상 이상입니다. 밤을 새우는 일은 허다하고 다들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를 갔을 거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예요. 자신이 체력에 자신이 있고 의지력이 강하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미있는 동아리, 알바, 대외활동 같은 대학생에 대한 로망은 다 남 이야기일 뿐일 거예요. - 특유의 편 가르기 문화
여초라 그런 것인지 이상한 문화가 정착을 해버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디를 가도 서로 편 가르고 기싸움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대학교 때부터 누군가를 질투해서 편 가르고 주변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이런 상황들을 수도 없이 보았어요. 간호사가 되어도 똑같습니다. 평생 이런 분위기에서 적응하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문화들이 태움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 40%에 임박하는 엄청난 퇴사율
저는 대학병원 QI팀에서 일을 하면서 1년 미만의 신규 퇴사율을 통계로 낸 적도 있어요. 그나마 신규가 오래 다니기로 유명한 병원이었는데도 거의 40%는 1년 안에 그만두었어요. 2년차 3년차를 지나고 나면 소수만 남게 되는거죠. 끊임없이 간호사들이 배출되고 있는데 왜 일자리가 넘쳐나고 전문대생들도 대학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요? 그만큼 다 그만둬 버리기 때문이에요. - 바보 같은 간호협회
우리나라 의대생의 총원은 몇십 년째 변함없이 유지되는 거 아시나요? 항상 바쁘고 인력이 부족하지만 졸업생을 늘리는 것은 직업에 대한 희소성이 감소하는 것이고 결국은 직업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은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간호협회는 인원을 충원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고 있어요. 그 결과 지금은 지방에 이름 없는 대학교도 간호학과는 하나씩 다 가지고 있죠. 현재 신규 퇴사율이 50%를 넘어가도 매년 엄청난 수의 신규 간호사들이 배출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뽑으면 되고 병원에서도 간호사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죠.
결국 간호사란 직업의 가치를 간호협회가 떨어트려 버린 것이죠. - 이직을 할수록 적어지는 연봉
보통의 회사원들은 이직을 할 때 연봉협상을 통해 지금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이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것이죠. 하지만 간호사는 이직을 할수록 연봉이 낮아진답니다.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간호사들의 경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아요. 대학병원은 80%만 인정, 500 병상 아래나 계약직은 아예 인정을 안 해주는 등 병원마다 다르지만 나의 경력을 100%다 인정해주는 곳은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심한 대학병원은 몇 년을 일했던 무조건 신규 조건으로 입사를 해야 하는 곳도 있어요. 이렇게 간호사란 직업은 이직을 할수록 내 값어치를 낮추는 직업이랍니다. 이런 게 싫으면 마음에 안 들더라고 한 곳에 최대한 오래 있어야 해요.
'응급 사직'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당일에 퇴사를 한다고 말하고 혹은 아무런 말도 없이 출근을 안 하는 것이에요. 이런 단어는 간호사 세계에서만 있는 말이에요. 힘든 병원생활과 태움 문화 그리고 간호사의 대우 때문에 힘들게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도 그냥 그만둬 버리는 것이죠. '응급 사직'을 하는 신규들을 보면 버르장머리 없고 예의가 없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 하고 안타까움이 생기기도 해요
전문대 간호학과 현실
- 성적이 적어도 30% 안에는 들어야 대학병원 지원이 가능하다
여기 30%의 수치는 최소한입니다. 30% 안에도 들지 못하면 대학병원은 지원도 하지 못해요. 내가 잘해서 30% 안에 들었고 대학병원에 지원을 한다고 해도 합격하는 사람은 15% 정도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말이 30%지 100명 중 30등 안에 들어야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상상이 가시나요? 전문대 간호학과에 가도 대학병원에 취업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4년 동안 엄청나게 열심히 해야 합니다.
좋은 대학의 학생들은 꼴찌를 하면 삼성, 아산을 못 들어가는 것이지 웬만한 대학병원은 들어갑니다. 자신이 간호사의 큰 꿈이 없어서 대충대충 학점관리를 해도 죽어라고 공부해서 상위 30%에 든 전문대학교 학생들보다 위에 있는 것이에요. - 교수진에 따라 취업의 길이 달라진다
교수님에 따라 어떠한 병원과 관련이 돼있는 교수님이 있어요. 그 병원에서는 이 교수님의 제자 중 몇 명을 무조건 뽑아주죠. 우리 학교가 비록 전문대지만 이렇게 능력이 있는 교수님들이 많으면 좋은 병원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져요. 하지만 이런 교수님이 없다면 오로지 내 힘만으로 좋은 병원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죠 - 엄청난 여우짓과 개인주의 문화
성적이 높아야 취업이 잘 되고, 교수님에게 잘 보여야 좋은 곳의 추천서를 받는 전문대학교 간호대학생의 입장에서는 동기는 친구가 아닌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안 그런 사람도 많지만 수업시간에 필기를 못해 보여달라고 해도 안보여주고 교수님에게 이쁨 받으려고 여우짓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아요. 그렇지 못한 성격이라면 손해를 보는 일이 많을 거예요. - 남들은 더 먼 곳을 보고 있을 때 전문대 생들은 겨우 국시 통과가 목표다
전문대학교를 비교할 수 있는 수치 중 가장 큰 것이 '국가고시 합격률'입니다. 작년 국가고시 합격률은 94.5%에요. 조금만 열심히 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다 합격할 수 있는 수치죠. 하지만 전문대학교들은 이 합격률을 높이는데 신경을 쓰고 거기에 교육을 집중해서 하고 있어요. 그만큼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죠.
하지만 좋은 학교의 간호학생들은 국시는 그냥 당연히 합격하는 것이고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미국 간호사가 되기 위해 미리 NCLEX를 준비한다든지, 바로 시험을 치기 위해 공무원을 준비한다든지 전문대학교처럼 국시에 목숨 걸고 있지 않아요. 더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죠. 이후 간호사가 된 다음 탈임상을 하는데 이것이 아주 큰 격차를 발생시킵니다. - 대학병원에 합격을 해도 어차피 승진은 자대생이다
편한 부서, 간호본부, 수선생님들 모두 자대생입니다. 자대생에게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한 거예요. 다른 병원은 모르겠지만 이곳에선 아직 단 한 명도 타 대학생이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은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전문대 졸업생에게 이런 자리가 돌아갈까요? - 탈임상의 루트는 많지만 그런 곳은 학벌이 중요하다
제약회사, 항공 간호사 등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서 갈 수 있는 곳이 아주 많아요. 하지만 그런 곳들은 병원이 아닌 일반 회사랍니다. 철저하게 학벌을 많이 보는 곳이에요. 또한 병원처럼 수십 명을 뽑는 것이 아닌 소수의 간호사들만 뽑고 있어요. 일단 합격을 한다면 그다음부터는 능력과 관련 커리어를 쌓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실제로 과거에는 많은 전문대학교 졸업생들이 그런 루트를 밟아왔어요. 하지만 많은 간호사가 배출된 지금은 간호사의 커리어를 버리고 제약회사 인턴으로 들어가서 바닥부터 시작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정리
'간호대 -> 대학병원 -> 승진 or 탈임상' 모든 간호사가 원하는 루트죠. 좋은 대학생교의 졸업생들은 부드럽게 저 루트를 따라갈 수 있겠지만 전문대학교라는 형편없는 학벌로는 한 단계 한 단계가 고난의 연속일 거예요. 어디에서나 학벌을 가릴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죠. 그러한 노력을 한다면 간호사가 아닌 다른 어느 곳에 가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간호사에 대한 큰 꿈이 있어서 간호학과에 들어왔지만 항상 후회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꿈을 갖고 들어온 사람도 고민을 하게 만드는데 그저 취업률 하나만 보고 온 사람이라면 다른 곳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취업률이 높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니깐요. 물론 욕심을 안 부리고 작은 병원에서 오래도록 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문대 간호학과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부정적인 이야기들 위주로 적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경험이라서 이것이 100% 현실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률이 다가 아니란 것은 중요한 사실입니다.
본인이 왜 간호학과에 가려고 하는지 꼭 충분한 고민을 해보고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간호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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